임성근 前사단장 탄원서.. "軍 특수성 고려해 부하들 선처해 달라"
임성근 전 사단장의 탄원서가 경찰에 송부됐다는 소식으로 하루종일 시끌시끌 합니다. 사건의 주요 쟁점, 일명 '채상병 사건'으로 불리우는 해병대 제1사단 일병 사망사고는 어떤 사고였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2023년 7월 19일 오전 9시 10분경, 2023년 여름 한번도 폭우 사태 피해 지역인 경상북도 예천군 호명면 황지리의 내성천 보문교 일대에서 실종자 수색 작전 중 해병대 제1사단 포병여단 제7포병대대 소속 채수근 일등병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되었다가 14시간만에 사망한 채 발견된 사고입니다. 실종자 수색을 나왔던, 갓 스무살을 넘긴 어린 청년이 사고를 당해 전국민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던 사고입니다.
이 사고의 원인으로는 특히나 정부의 무리한 대민지원 요구를 들 수 있는데요.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등 정부는 예천군의 폭우 피해 복구 대민지원으로 가용한 인근 군부대를 총동원하라고 국방부에 특별지시를 내렸었는데요, 대통령의 동유럽 순방기간 중 국내 지휘를 맡은 한덕수 총리는 "오늘 아침 제가 국방부 장관께 특별히 지시했다"며 "군부대가 적극적으로 장비와 인력을 동원하고 구조 활동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지자체 공무원과 전력을 다해 최선을 다해달라", "전국의 재난 상황을 살펴보면서 필요하면 늦은 밤이라도 과감하게 경찰과 군부대에 지원을 요청하라", "작은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과도하게 조치하는 것이 이번 호우 대응의 원칙"이라며 "위험 지역은 어떤 방법을 통해서라도 대피시키고, 가능성이 크지 않더라도 계속 순찰하라"고 강조했습니다.
한덕수 총리의 지시를 받은 국방부는 군부대를 대민지원에 동원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했습니다. 예천은 해별대 1사단의 관할지역도 아니었는데 대민지원을 나왔다가 사고를 당한데에는 이같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결국 정부의 관행적 군부대 대민지원 동원에 사고가 났다는 비판이 쏟아졌는데요, 정부가 내린 지시의 책임보다 전문성의 문제이고, 현장 지휘관들의 책임에 중점을 둔 반론이 밑에 있는데 그런 식으로 접근하면 군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군을 관리하는 국방부는 무한 면책으로 빠져나갈 수 있으며, 꼬리 자르기 식으로 중간급 간부만 책임을 지게 됩니다. 또한 일찍이 대통령은 "모든 정책의 책임은 제개 있습니다"라고 대통령과 정부의 결단과 책임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정부의 관행적 대민지원을 비판하는 기사에 대한 반론 역시 제도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지, 정부가 군부대 대민지원을 관리 못하는 걸 반론하지는 못합니다. 설령 가능하다 해도 전후 복구도 아닌 평시에, 군대가 본연의 임무인 국방보다 인명구조에 투입된다는 건 우선순위를 착각한 것입니다. '다른 나라 군대가 대민지원에 마구 동원되었다고 우리나라 군대 또한 그러는게 잘못된 것이 아니다'라는 논리 자체도 잘못됐습니다. 애초에 그런 인식으로 각국 정부가 군대를 쉽게 동원하는 대민지원이 욕을 먹고 있는 상황이죠.
군대 본연의 임무가 국방에 있듯이 군인들의 기술 역시 그 초점이 인명구조와는 다르게 맞추어져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해군 해난구조전대처럼 구조구난이 목적인 부대라면 모를까 수영 잘한다고 UDT 대원들과 특전사 해척조 대원들이 소방공무원 구조대원처럼 구조 목적의 수영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판타지나 다름 없습니다. 분명 이들은 다져진 기초와 노하우를 기반으로 구조대원의 구조 수영을 빠르게 배울 수 있을 수 있겠지만, 그것이 사전 교육과 충분한 숙달 없이 바로 투입한다고 발휘되는 것은 아닙니다. 경찰 공무원이 현장 경험으로 관련 법에 빠삭하다 한들 수 년간 공부한 진짜 법률 전문가와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는 것과 같습니다.
군은 근본적으로 평시에도 전투 태세를 갖추고 국지적이든 전면적이든 전시 상황에 대한 대비를 항상 갖추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며, 북한의 조선인민군 같은 사례를 제외하면 외국에서는 군을 마치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쓰지 않습니다. 외국에서도 군이 대민지원을 나갈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때 보급 수송로 확보 및 재건 등의 목적으로 간부와 병이 투입되어 군사 작전을 방불케 하곤 하죠. 반면 국군은 평소에도 농번기나 파업 등으로 민간에서 일이 좀 삐걱거린다 싶으면 일단 군 인력부터 동원하고 보는 것이 한국의 전형적인 대민지원 관행이었다 보니, 상급자 눈 밖에 나기 싫은 하급 간부들과 단지 병역을 위해 복무 중이던 애꿎은 병들만 죽어라 고생하는 현실입니다.
스무살을 갖 넘긴 싱그러운 나이에, 나라를 지킨다는 생각으로 고생하고 있는 우리 대한민국의 국군장병들이, 다시는 이와같은 어처구니 없는 사고로 목숨을 잃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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